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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새_오정희읽기 2016. 8. 6. 00:49
어른이 부재한 아이들의 이야기. 영화 가 생각난다. 보호자(부모)는 아이들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안정감을 느끼도록, 따뜻한 공기가 흐르도록 해 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경우에 따라 한쪽이 개차반이라 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희생하며 중심이 되어주면 아이는 정상인으로 살 수 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우미와 우일이처럼 모든 중심이 부재한 아이들을 본다. 그 애가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 그 길에서의 최선과 최악이 그려지지만 동시에 굉장한 교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잡지 못한다. 능력도 마음도 방법도 부족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부모 팔자를 닮는다는 둥 팔자타령하며 어린 아이들의 미래를 규정해버리는 어른들이 소름끼치게 싫었다. 그런데 바로 꼭 같은 교만한 생각을 이제는 나도 하고 있다. 저들의 삶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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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_남궁인읽기 2016. 8. 6. 00:46
할당된 모든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급하고 다양한 환자들이 오가는 응급실. 그곳에서 짜증 섞인 표정으로 자신의 고통을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란다. 환하게 웃던 사람이 걸레짝처럼 허물어져내리고, 따뜻했던 어머니가 사람도 짐승도 아닌 끔찍한 형상으로 누워 있는 곳이니까. 얼마 전 뇌전증 운전자의 사고 기사를 보며 예기치 않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테러와 기이한 범죄, 불행한 사고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는 세상에선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 무서웠다. 여기에는 매일같이 삶인지 죽음인지도 모르는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평생 본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기적을 보고, 훨씬 많은 마지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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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아한 거짓말_김려령읽기 2016. 7. 22. 18:19
천지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을 보며 가 떠올랐다. '이제 나는 괜찮으니 그때의 이야길 들려줄게, 네가 많이 미웠지만 용서하고 갈게' 피해자의 이 덤덤한 태도가 오히려 더 왈칵 쏟아지게 만든다. 슬픔을 쥐고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감내한 후,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더 깊이 저며든다. *책 속 문장 1. 사는 게 다급했다. 아직 내일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금세 내일이었고, 벌써 어제였다. 2. 활을 쏜 사람한테 뒤끝이 있을 리가요. 활을 쏴서 미안하다고 질질 흘리고 다니는 사람, 아직 못 봤습니다. 아이들은 과녁이 되어 몸 깊숙이 박힌 활이 아프다고 한 제게 뒤끝을 운운합니다. 참고 인내해야 하는 건 늘 당한 사람의 몫인지요.